칼럼

SNS는 한국이 원조 (한국 커뮤니티 VS 미국 커뮤니티)

doimoi 2008. 1. 7. 08:00
요즘 헛갈리는 말이 인터넷 업계에서 유행하고 있는데 SNS라는 단어입니다.
특히, 소위 SNS를 표방하는 국내 사이트들이 본인들은 기존 커뮤니티 사이트와는 전혀 다른 신개념의 사이트인것처럼 포장 해 SNS를 더욱 어리둥절한 단어로 만들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와 SNS에 대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잠시 과거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데 국내에서 커뮤니티 사이트, 커뮤니티 서비스라는 단어를 정착 시킨 유래는 1997년도 출판 된 'Net.gain (expanding markets through virtual communitis)'라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국내에 소개 되지는 않았지만 1993년도에 Howard Rheingold가 세계 최초의 사이버 커뮤니티라고 할 수 있는 WELL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느낌을 쓴 'Virtual community'라는 책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참고로 WELL은 하이테크 기술자들이 주로 활동하던 마니아성 커뮤니티로 롤플레잉, 사격 등 다양한 주제를  토의 하는 지금으로  설명하면  일종의 비영리 게시판 서비스였습니다. 이 두 책 모두 커뮤니티에 대한 개념은 매우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이 온라인에서 커뮤니케이션 하는 모든 현상을 버츄얼 커뮤니티라고 정의하였고, 그렇기에 USENET, RPG, MUG 심지어 Email  까지 모두 커뮤니티 서비스로 광범위하게 포함 시켰습니다.

WELL에서 만들어진 문화는 커뮤니티의 발전방향에서 일괄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되었는데 게시판 서비스였던 USENET에 큰 영향을 주었고, 이후 미국판 PC통신 서비스인 AOL, 컴퓨서브까지도 게시판이 매우 활성화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미국 사회가 그러하듯 어느 한 서비스에 치중 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 후, 이런 게시판 문화는1996년 경에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메신저인 ICQ라는 획기적인 프로그램과 결합되는 문화로 발전됩니다. 게시판에 글을 남길 때, 마치 Email 주소 남기듯 ICQ 주소를 남기는 또 하나의 문화를 만들게 됩니다. 불특정 다수와 커뮤니케이션하다가 특별히 원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그 사람과 직접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죠. 이런 문화는 다시 Skype가 발전 되는 결과를 가져오죠. 

하지만, 한국 커뮤니티의 발판은 PC통신 동호회였으며, 좀 더 정확하게는 88년도에 시작 된 케텔입니다. 국내 최초의 버츄얼 커뮤니티였고 여기서 지금은 보통 명사화 되어 버린 정모, 번개라는 단어들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또한, 동호회 정기 채팅은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 여러 사람이 한방에 들어가 이야기 하는 채팅방 서비스가 매우 활성화 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이 ICQ와 AOL 메신저를 통해 1:1 커뮤니케이션으로 발달한 미국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것이죠.  

이후, 하이텔을 통해 PC통신 동호회가 대중화 되기 시작하며 90년 대 중반에 이르자 세계 최대의 동호회라고 자칭하던 OSC 동호회가 전성기를 맞게 됩니다. 당시 OSC 동호회는 정기 모임 시에 수천명이 한꺼번에 모였으며, 그들이 쓰는 리뷰 한마디에 국내 IT기업들의 매출액이 달라질 정도였습니다. 예산 또한 수천만원이 넘어 이미 온라인 동호회 수준을 벗어나게 됩니다. 여기서 활동하던 분들이 상당수 타 동호회 시삽으로 활동하게 되고, 이들은 추후 기존 커뮤니티 회원들을 이끌고 다음 카페로 이동을 하게 됩니다. 이후, 인터넷 벤처 열풍과 함께 한국적 커뮤니티의 속성을 잘 알던 이들 중 많은 수가 웹기획자, 커뮤니티 기획자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는 PC통신 동호회를 그대로 웹서비스로 만들어 놓은 다음 카페가 만들어지고 상업적인 성공은 거둡니다. 웹에서 SNS를 먼저 시도한 것은 1995년 미국의 classmates.com 등이 먼저였지만 문화적 토양이 만들어지지 않는 미국은 SNS 정착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은 전혀 어려움 없이 정착할 수 있었던 거죠. 이후 싸이월드라는 다음 카페 아류 서비스가 등장했고 미니홈피라는 것을 만들어 한단계 더 발전하게 됩니다.
(싸이월드가 성공한 것은 미니홈피지만 싸이월드의 초기 기획 의도는 다음 카페 소모임 버젼이었습니다. 싸이월드 초기 상황에 대해서는 주제와 상관없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커뮤니티와 SNS 관계는 어떤 관계일까요?
Wikipedia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SNS는 게시판, MUD 등 다양한 커뮤니티 종류 중 특별히 개인의 관심, 취미, 사회적 위치,학교 등 동질감이 있는 사람들간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는 서비스를 특별히 SNS라고 칭하고 있습니다. 기존 광의의 개념이었던 커뮤니티라는 단어에서 Myspace의 돌풍으로 동네 교회 늘어나듯 늘어나는 서비스들을 칭하는 단어가 필요 했고, 이를 SNS로 정의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사실 국내에는 이런 정의가 무의미 한것은 대한민국은 모든 커뮤니티가 SNS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훨씬 이전부터 SNS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커뮤니티 = SNS였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보다도 더 먼저 꽃피운 분야이기에 90년대 후반 한국을 방문한 많은 외국 전문가들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다음 카페와 채팅방이었습니다. 그들이 많이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다음 카페가 주제별 게시판과 차이가 뭔가요'라는 질문이었으며, 심지어 빌게이츠도 전혀 모르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동시 접속 해 수백개의 방으로 나눠서 이야기를 나누는 현상을 매우 신기하게 바라보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국내에서 요즘 SNS 열풍이 부는 것을 좀 이해하기 힘듭니다. 특히, SNS를 완전히 새로운 개념으로 보는  일부 시각은 더욱 이해하기 힘듭니다. 제 추측으로는 사대주의와 일부 짝퉁 사이트들의 마케팅적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만, 국내에는 싸이월드 이후 SNS의 발전이 전혀 없었지만 한국보다 늦게 꽃을 피운 미국은 Facebook을 대표로 Social OS로 발전 되어 한국보다 이미 멀리 앞서가고 있습니다.싸이월드가 미국에 여러번 소개된 것 등이 결국 아이디어만 제공해 준거죠.

아이디어만 제공해 주고 사라져 가고 있는 대한민국 SNS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도록 마케팅적인 이유가 아니라 학술적 혹은 기획적 이유로 SNS에 대한 논의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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