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초고속 인터넷 강국 비하인드 스토리

doimoi 2010. 8. 9. 08:23


 대한민국 초고속 인터넷이 세계 최고라는 것은 IT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라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이 발전할 수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90년 대 중반까지만 해도 모뎀과 Co-Lan 등을 통해 간신히 텍스트 전송하는 수준이었던 대한민국이 몇년만에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거듭 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이었는지 정리 해 보았다.


정부 부처의 예산 낭비로 시작 되어


9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KT,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에서 3중으로 네트워크 망을 구축하였다. 하지만 통신 사업은 KT만 하고 있었고 일반인들은 모뎀과 Co-Lan을 통해 저속의 인터넷 서비스만 이용 가능했다. 3사가 네트워크 망을 독립적으로 구성한 이유는 부처간의 협조가 안 된 상태에서 앞으로 네트워크 세상이 올 것이라는 가능성만을 믿고 경쟁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광케이블 1미터 설치 가격이 약 10만원 정도 할 정도로 네트워크 가격이 매우 비쌌다. 이런 네트워크를 3중으로 구축 했으니 천문학적인 자금이 중복 투자 되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 할 수 있다. 이렇게 비싼 고속 네트워크를 전국으로 3중 구축해 놓은 곳은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천문학적인 투자에 비해 활용도 낮아

 

문제는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했지만 당장 사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법적 제약이 컸다. 한국도로공사와 한국전력 모두 당시 통신 업무를 담당하던 체신부 산하 기관이 아니어서 통신 업무를 할 수 없었다. 방송 업무 역시 할 수 없었다. 통신, 방송 업무를 할 수 없었기에 한국전력, 한국도로공사 모두 막대한 투자를 해 놓고 마땅히 사용 할 곳을 찾지 못했다. 당시 한국도로공사는 고속도로 전광판에 어디부터 어디까지 막힌 다는 안내 메세지 내보내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교통 상황 변경에 따라 가끔씩 몇 글자만 전송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자체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

청문회 피하기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민간 기업에 임대

 

천문학적인 투자에 비해 활용도가 너무 낮자 청문회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들 한국전력과 도로공사는 네트워크 활용도를 높여 청문회를 피해가야 했기에 민간 기업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한국전력은 당시 컴퓨터 전문회사로 유명했던 삼보컴퓨터에 통신 사업을 제안했다. 이렇게 탄생한 회사가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를 제공했던 두루넷이었다. 한국 도로공사 역시도 CJ에게 망을 임대해 드림라인이라는 대형 회사를 만들었다.

 이들 업체는 국가로부터 저렴하게 임대 받은 네트워크망을 통해 약 월 4만원에 이용료만 받고 초고속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었다. 현재 가격 기준으로 보면 비싼 금액이지만 당시만해도 세계에서 가장 싼 금액이었다. 당시 비싼 네트워크 가격을 고려해 볼 때 민간 기업 스스로 인터넷망을 구축했으면 절대 제공 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때마침 김대중 정부는 IMF 탈출을 위한 성장 동력이 필요했고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 가자는 슬로건 아래 국가차원에서 초고속 인터넷과 PC를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빠른 시간 내에 초고속 인터넷 강국으로 성장 할 수 있었다.

 

과감한 도전정신으로 세계 최초의 기록 만들어

 

정부로부터 네트워크를 싸게 임대 받아 사업을 시작했지만 기업들의 혁신과 도전정신도 큰 도움이 되었다. 두루넷이 세계 최초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 해 국내 최초로 미국 나스닥 상장이라는 당시에는 상상하기 힘든 성과를 만들어냈다. 또한, 하나로통신은 이미 모든 가정에 보급 되어 있는 전화선을 이용해 초고속 인터넷을 구현하는 기술인 ADSL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해 국내 초고속 인터넷 발전에 큰 도움을 주기도 하였다.

 

정부 기관들의 중복 투자, 기업들의 과감한 도전 정신, IMF 탈출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 등이 초고속 인터넷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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