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기획자가 블로그 하기 어려운 이유

doimoi 2007. 9. 24. 09:24

어떤 직업이 블로깅을 하기에 가장 유리할까?
자유 시간이 많은 대학생? 많은 정보를 남들보다 빨리 접할 수 있는 신문 기자? 고급정보를 많이 알수 있는 기업 임원? 생활 밀접형으로 살림살이 노하우등을 쉽게 풀어쓸수 있는 전업 주부? 많은 사람들에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는 연예인?

이 세상에 직업이 동네 수퍼와 교회 합친 숫자보다 많을 것이며, 또 살아가는 방식이 모두 제 각기인 형국에서 나의 한정적인 지식과 경험으로는 어떤 직업이 블로깅에 가장 유리한지 판단하는 것이 애초부터 불가능하기에 어느 직업이 가장 유리할지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적이 없다.

하지만, 그 동안 웹기획자.특히 서비스를 만드는 웹서비스기획자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크게 다음과 같다.

1. 요즘 남녀노소를 가리고 않고 가장 관심있고 친숙한 주제는 인터넷이다. 그리고, 웹 서비스 기획자는 이런 친숙한 서비스를 직접 만드는 사람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주제를 잡는 것이 쉽다.
(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이라면 말할나이 없다. 단 본인은 그렇지 않아 아쉽다. ㅋㅋ )

2. 웹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인터넷 트랜드와 정보를 소홀 히 할 수 없기에 매일같이 해외 사이트를 기웃거리며 새로운 소식들 들으려고 노력하기에 상대적으로 정보에 밝을 수 밖에 없다.

3. 기획자는 기획서를 작성한다. 기획서는 자료와 논리 2가지로 크게 나눌수 있는데,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이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충분한 자료 조사와 회사 내에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논리 2가지에 대해 수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결정판이 기획서인데, 이 기획서에서 공개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공개해 가며 블로그를 하면 블로깅에 큰 도움이 된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웹서비스 기획자는 블로깅에 유리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좋아했는데, 블로그 운영 하는 시간이 조금씩 흐르고, 블로그와 블로고스피어에 대한 속성에 대해 조금씩 깨달아 갈수록 오히려 단점이 많은 직업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 블로그에 가장 큰 존재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는 것이며, 상당 수에 주장은 비판과 직결 될 수 밖에 없는데 웹서비스 기획자로 비판을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웹서비스 기획자들도 블로그에 주제는 자신이 많이 알고 관심 있는 주제를 블로그에 주제로 삼기에 웹기획자들의 블로그 주제가 보통 인터넷과 웹이다. 하지만, 문제는 인터넷 업계가 매우 좁은 만큼 내가 비판하는 서비스에 담당자가 친구와 선배인 경우가 많고, 또 그럴 수 밖에 없는 업계 사정 혹은 그 회사만에 독특한 사정을 알기에 소위  말해 대놓고 까며 비판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날카로운 비판은 블로그에 없고 긍정적인 이야기와 개인에 판단이 최대한 적게 들어 가는 지엽적인 정보로만 채워져 있어, 블로그 운영자의 독특한 색깔과 매력이 없어 마치 처음에는 이쁜 얼굴로 사람들에 관심을 끌 수 있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금방 식상해져 더 이상에 매력을 느끼기 쉽지 않은 반짝 인기에 미녀 탤런트처럼 식상해지는 블로그를 많이 보게 된다.

2. 이것은 인터넷에 특징을 블로그로 인해 더욱 부각되는 측면인데, 사람이 가장 무서운 것 중에 하나는 다른 사람에 의해 과거가 추적 당하는 것일 것이다. 블로그를 하면서 두려운 것 중에 하나는 내가 몇년 전에 쓴 글이 다른 사람에 의해 좋은 공격에 소재가 되지 않을까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서비스를 공격하거나 어떤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쓰는 것은 적어도 지금은 내가 그것이 옳지 않은 일이고 잘못 된 일이라고 생각해 비판을 했는데, 인터넷 서비스의 변화는 짐작 할 수 없는 여자친구의 마음보다 자주 바뀌며, 보통 몇년 단위로 회사를 옮겨 다니기에 사실 내가 몇년 뒤에 어떤 서비스를 어느 회사에서 어떤식으로 서비스 할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은 웹서비스 기획자 중에 거의 없다. 상황이 바뀌어 과거 내가 실랄하게 비판했던 서비스와 행동을 해야 할때, 이건 거의 커밍아웃 수준에 각오를 해야 한다. 이것을 알고 있기에 기획자로 인터넷 현상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싶을때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에서 이야기 한 이유로 글을 작성했다가, 몇번 지운 경우도 있으며 그럴때마다 웹서비스 기획자로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 다른 직업에 비해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블로그의 속성을 잘 모르던 시절에 착각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